20240128 대흥에서 인사를 시작하다.
“춥다.”
이런 날씨에는 주머니에서 손꺼내는 일은 여간 쉬운일이 아니다. 아찔한 추위만큼, 조금은 긴장된 마음으로 대흥역 편의점 앞에 섰다. 이름을 소개하며 인사를 전한다.
4년 만에 다시 녹색당의 후보가 되는일은 설렘 반 걱정 반으로 준비하는 일이었다. 선거는 약 70일 밖에 남지 않았지만, 큰 정당 정치인들은 공천경쟁을 위해 당대표 심기만 살피고, 국회는 여전히 계산기만 두드리며 선거제도 하나 결정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정치는 제도만을 기다릴 수 없다.
긴긴 밤을 몇 번 보내며 고심 끝에 이번에는 마포구, 생애 첫 지역구 후보 출마를 준비한다. 예비후보 등록을 마치고, 출근길 인사를 시작했다. 첫번째 장소는 대흥역. 대흥역은 내게 조금 남다른 의미가 있는 공간이다. 2022년 지방선거에서 녹색당 구의원 후보 이숲의 선대본부장으로 일하며, 이동권 보장을 위해 외부 엘리베이터 설치 공약을 제안했었다. 대흥역은 역 내 엘리베이터는 있지만, 역 바깥으로 나가는 엘리베이터가 없는 다소 이상한 구조였다. 선거운동을 시작하자마자, 아침마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과 유아차를 이용하는 양육자,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 시민들이 눈에 띄었다. 엘리베이터 하나 있으면 겪지 않아도 될 불편과 어려움을 그간 계속 방치한 것이다. 그래서 선거운동 기간 내내 비중이 큰 정책공약으로 다루었다.
양당을 비롯한 많은 이들은 대흥역 엘리베이터 설치를 두고 입구가 좁아서, 역이 작아서 등 여러 이유를 거론하며 설치는 어렵다고 했다. 그러나 약 2년이 지난 지금, 대흥역 엘리베이터 설치 공사가 진행중이다. 수십년 동안 장애인 시민들이 모두의 이동권 보장을 외치며 모든 역사의 엘리베이터 의무화를 주장했고, 녹색당 역시 이 의견에 늘 함께 했다. 그것의 작은 성과라 생각이 들었다. 반쪽만 보장된 이동권을 확장시킨, 정치가 삶의 공간을 변화시킨 구체적 사례를 만들어 낸 것이다. 이런 정치가 가능할수록 시민에게 정치는 매력적인 도구가 될 것이다.
그렇게, 다시 시민들 앞에 나왔다.
쉬운 선거 없다지만, 역시 아무것도 그냥 되는 일은 없다. 늘 그래왔듯이 인사를 건네고, 말을 붙이는 모든 동작에서 녹색당의 정치가, 녹색당에서 하는 정치가 무엇일지 고민한다. 이 작은 정당이 한 시민의 삶을 나아지게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될 수 있을까. 멸시와 조롱, 혐오와 불신이 가득한 현실에서, 우리의 정치는 적어도 오늘 당신이 살아있기에 더 좋은 날이 되었다고 끝까지 말해주는 하나의 방식과 실제가 되어야 할 것이다. 아직 추운 새벽이지만 말이다.
이제 그런 고민들을 적절히 담아가며, 내가 눈으로 보고 온몸으로 느끼는 일들을 이 편지에 조심스레 그리고 소중히 담아보려 한다. 이 편지를 받는 당신은 열렬한 독자로, 때론 훌륭한 스승으로 나와 함께 해주시길 부탁드린다.
2024년 1월 27일
김혜미의 첫번째 레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