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207 상수동의 어린이집 폐업
며칠전 퇴근길 유세를 하는데, 어떤 시민분이 제 앞으로 오셔서 “둘째 낳으면 뭐해주나요?” 라고 물으셨어요. 인사를 하던 찰나에 받은 질문이라 약간 긴장이 되기는 했지만, 잠시 생각을 하고 대답했어요. 녹색당은 앞으로 살아갈 시민들을 위해 안전한 기후환경을 위한 정치를 하려 하지만, 출생률이나 인구문제에 대한 정책도 더고민하겠다고요. 질문 주셔서 고맙다고 하고, 시민분은 지나가셨어요.
집에 돌아와 며칠동안 생각에 빠졌어요. 고민이 되어 이곳 저곳에 물어보니 친구들은 질문에 대응하는 방법부터, 답이 되는 얘기까지 의견들을 나눠줬어요. 그래도 여전히 제 근본적 고민은 해결되지 않았어요.
앞으로의 지구에서 과연 누구나 행복을 추구하며 살 수 있을까? 하는 녹색적인 생각부터, 여전히 돌봄과 가사가 여성에게 편중될 수밖에 없는 현실에 대한 우려. 현금복지로 충분하지 않은 지금의 인구정책에 대한 비판적 생각까지 너무 많은 것이 고려되었거든요. 게다가 얼마전 유치원에 아들을 보내야 하는 지인의 이야기를 통해 유치원 경쟁률부터, 화려한 유치원의 종류들을 알게되며 많이 놀라기도 했고요.
그러다 어제, 마포구 상수동에 있는 국공립 어린이집 시설이 폐업했다는 뉴스를 봤어요. 정원이 미달되어서요. 한국의 합계출산률이 0.78%라는 뉴스는 많이 봤지요. 인구가 미어터진다는 서울의 합계출생률은 평균보다 더 낮지요. 어쩌다 한국은 이렇게 대비없는 저출생, 초고령화 사회로 접어들었을까요? 늘어나는 부양인구를 문제로밖에 바라볼 수 없는 현실에 대한 대안은 무엇일까요?
이런 장면이 겹쳐 떠올랐어요. 얼마전 SNS 보았던 <언니, 나랑 결혼할래요?> 책이요. 이 책의 저자는 본인을 ‘한국적 유부녀 레즈비언’이라 소개해요. 그리고 이들은 자녀가 있어요. 프랑스에서 일하던 규진씨는 자신의 상사에게 와이프가 있음을 소개했는데 돌아온 대답이 ‘그래서 아이는 낳을거지?’라서 출산을 준비했다고 인터뷰에서 이야기해요.
한국에서 대부분 법적으로 제한이 많아, 준비부터 출산까지 이 둘은 정말 많은 시간을 보냈더라고요. 게다가 규진씨의 와이프는 법률상 혼인관계가 아니란 이유로 출산휴가는 법적으로 보장받지도 못했어요. 참 아이러니 하죠. 애는 낳으라고 하면서, 애를 낳았더니 법적 혼인관계가 아니란 이유로 출산장려정책의 일부인 출산휴가 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것말이예요.
나는 이 두가지 상황을 교차시키며, 어떤 가족이든 가족답게 살 수 있는 사회여야 가족을 이루고 살 용기가 생기지 않을까 싶었어요. 어쩌면 우리에게 필요한 인구, 가족정책은 아이를 낳으면 몇십만원 주는 현금성 복지만이 아니라 다양한 가족을 구성할 수 있는 권리와 자유를 갖게 하는 것이 더 필요한 일 아닐까요.
이런 변화를 수용하는 것까지 고려하며, 가족의 미래를 그려야 우리도 답을 찾아갈 수 있지 않을까요. 누구나 돌봄은 필요하고, 외로워지니까요.
곧 명절이에요. 사랑하고 존중하며, 평등하고 외롭지 않은 명절이 되기를 바라요.
2024년 2월 8일
열한번째 김혜미레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