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220 서강대 졸업식에서
레터가 많이 밀렸죠. 근래 급변하는 상황들을 경험하며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이 내게도 필요했어요. 이제 아침 저녁으로 시민분들께 인사를 한 지도 한 달 가까이 되어가는데, 새로운 기획을 구상하는 일도 필요했고요. 그러니 좀 봐줘요. 기다려줘서 고맙고요.
오늘 아침은 서강대에서 졸업인사를 전하며 하루를 열었어요. 삼삼오오, 친구들과 가족들과 지인들과 아침 일찍부터 학사모를 쓰고 졸업을 축하하는 모습을 보니 저도 자연스레 웃음이 나더라고요. 그래서 이쪽 저쪽 다니며 셀카를 찍는 분들에게 다가가 직접 사진도 찍어드렸어요. 긴 배움의 시간 끝에, 결실을 얻은 날의 기록을 돕는 것같아 기분이 참 좋았어요. 순간을 잘 담으려고 노력했답니다.
그런데 며칠전 카이스트 졸업식에서 R&D 예산을 복원하라 외쳐 졸업식을 마치지 못한 학생시민 관련 뉴스 본 적 있나요? 실제로 올해 예산안에서 관련 예산의 절대액이 대거 삭감되며, 수많은 이공계 학생들이 절망한 것도 사실이지요. 지금 정부는 과학이 세상을 구할 것처럼 말하지만, 그렇지도 않아요. 과학기술이 세상을 나아지게 만들기 위해서 연구자들이 충분히 공부하며 성장할 수 있는 미래를 삭감하고 있어요.
그것에 대해, 대통령 앞에서 항의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학교 졸업식 행사 도중 경호에 입이 막혀 끌려나가고, 또한 학생이 당적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이를 과도하게 매도하는 윤석열 행정부와 여당의 정치가 우려되어요. 학생시민에게 졸업식은 과학자로서의 길을 걷기 위해 그동안 애쓴 보람을 나누는 자리며, 새로운 시작을 출발하는 소중한 순간이었을 텐데 말이에요.
시민들의 목소리가 삭감되거나 삭제되지 않는 사회, 사회적 불의와 부당함에 대해 항의할 수 있는 자유가 있는 사회, 그게 민주주의 아니겠어요. 그런 민주주의를 위해 정치가 해야할 일들이 여전히 많아 보여요. 그 일을 함께 할 수 있다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