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제가 태어난 날입니다. 이토록 덥고 습한 날이라니.
3년 정도를 되돌아보면 작년 생일은 보통의 일상을 보내다, 저녁시간에 일본에서 온 숲 활동가들과 만남 후 생일 축하를 받았고, 2년 전에는 연구소 이사회를 했고, 이사님들과 케이크를 잘랐네요. 3년 전에는 혼자 피카소 전시를 보고 왔던거 같아요. 생일이란걸 뜻깊게 생각하면서도 왜이렇게 한없이 쑥쓰러운지 모르겠는 날입니다. 아마 평생 그럴까요.
오늘은 제게 서른이 되는 날이고(드디어 이십대가 끝나다!), 저는 부단히 걱정과 게으름을 쌓는 시간을 보내는 서른이 되었습니다(짠!).
준비하고 있는게 있습니다. 그간 1~2년 마다 돌아오는 선거에 출마하고 참여하느라 퇴직과 휴직을 반복하며 제 스스로에게도, 주변인에게도, 몸담은 단체와 직장에도 좋은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그 사이 너그러운 선배들과 동료들도 많이 만났지만 말입니다. 출마와 정치활동에 대한 후회는 없지만, ‘이대로 살아도 괜찮은가?’ 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스스로에게 자꾸만 던지며 몇개월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또 그냥 살고있는 것만은 아닙니다.
[가꾸는 민주주의]를 추구하며 실력을 키우는 모임입니다. 저를 포함한 6명의 동료들과 하반기에 마포 염리동(대흥역)을 기반으로 모임 하나를 시작하려고 합니다. 지난 두 달 동안 ‘해볼 수 있는 일’과 ‘잘 할 수 있는 일’ 그리고 ‘필요한 일’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5월을 보내고 돌아와 꾸준히 성찰하며 고민 끝에 시작해보려 하는 일입니다. 세상에 이미 비슷한 모양으로 존재하는 일들이 더러 있겠지만, 그 안에서 특별함을 찾고 모으며 걸어보려 합니다.
조만간 제대로 소개하겠습니다. 그 일이 가능하도록 축복과 용기를 더불어 구합니다. 저는 최근 읽고 있는 마리 루티의 <가치 있는 삶(The Call of Character)>의 문장과 낯선 위로받은 그림을 나누겠습니다.
“역설적이게도, 우리는 미지의 불안보다는 불행한 안전함을 선호하게 된다.“
달라도 괜찮고, 느려도 충만한, 그리고 망설여도 풍부한 하루가 되기를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