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129 숲길과 공유지
오늘 아침 인사 장소는 지하철역이 아닌 숲길이었어요. 펜스를 둘러 황무지로 만들어버린 경의선 공유지였어요.
경의선 숲길과 공유지는 제겐 꽤 오랫동안 출근길이자 산책로였어요. 4년 조금 넘게 몸담았던 <세상을바꾸는사회복지사>의 사무실이 마포세무서 옆 건물에 있었어요. 그 숲길과 공유지는 제겐 아침잠을 깨우는 길, 계절을 느끼는 길, 하루 고민을 털어놓는 길이었어요. 그런데 어느날 경의선 공유지가 문을 닫는다는 거예요.
플리마켓이 열리고, 마을축제를 기획하고, 상인들은 상점을 열고, 어린이들에겐 놀이터로, 청년들에겐 활동공간으로 제 역할을 했던 공유지를 서울시가 하루 아침에 닫겠다는 것이었지요. 당시 많은 마포 당원들이 그 땅을 지키기 위해 참 많은 노력을 했었어요. 특히나 상가에서 억울하게 퇴거당해 쫓겨난 이모님들의 식당도 그곳에 있었기에 안타까움은 더 컸어요.
서울의 26번째 자치구, 그렇게 그곳은 이제 네모난 펜스에 둘러쌓여 잡초만이 자라고 있어요.
공유지를 더이상 이용하지 못하게 된 것만이 문제가 아니에요. 공유지는 유동 인구가 아주 많은 공덕역과 대흥역을 잇는 요긴한 인도였어요. 공유지를 끊으며, 시민들은 바쁜 출근길에 직선으로 걷지 못하고 펜스를 빙 둘러 걸어야 했어요. 거대한 펜스때문에 인도는 좁아졌고 차도와는 가까워진 탓에 보행자에게 위험하기도 했어요. 유아차나 휠체어를 이용하기도 비좁았죠. 실제로 저녁에 공덕역 부근 식당들에 사람이 몰리면 그곳은 통행이 어려웠어요. 이 모든 게 길을 끊어버린 탓이지요.
서울시가 그 땅을 기업에 넘기고, 주차타워를 짓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어요. 계획이 실행되진 못했지만, 계획대로 지상부터 지하까지 연결된 대규모 주차타워를 만들어 공덕역과 숲길 부근에 차량 이동을 더 증가시켰다면, 아마도 사고 발생은 눈에 띄게 높아졌을 거예요. 공유지는 다시 녹지로, 쉴만한 공원으로 시민에게 돌려주어야 해요. 그것만이 그 땅의 생기를 되찾는 일이 될거예요.
성장 중독에 매몰된 지역개발계획과 토건사업은 평범한 시민들의 존엄과 행복까진 계획하고 짓지 못해요. 기후위기가 가속화 되고, 다양한 시민들이 늘어나는 시대에 개발과 토건의 패러다임은 지속될 수 없어요.
그 첫번째 사례로 경의선 공유지는 다시 시민에게로, 마포의 숨통을 트이게 하는 공원으로 돌려져야 하겠어요.
2024년 1월 30일 네번째 김혜미레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