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131 채식식당에서의 저녁
광흥창역이 조선시대 녹봉을 관리하고 곡식을 보관하던 ‘광흥창’이라는 관청에서 유래된 이름이라는 게 좀 재밌지 않나요. 마포는 한강과 접하고 있어, 물류의 중심지로 역할을 했다지요. 그래서 흔히 돈이 들어오는 동네라는 속설도 자주 들은 것같아요. 이렇게 동네, 역사 이름을 하나씩 알게되면 괜히 더 정감가고 그러는 건 나만 그런건 아니지요?
그렇게 광흥창에서 아침을 맞이했습니다. 광흥창역은 국회와 연결되는 버스노선이 있어서인지 반가운 얼굴들도 많이 봤어요. 캔커피도 쥐어주시고, 응원의 말도 나누는 시간이었어요. 작은 역이지만 기운은 크게 받았어요.
이후엔 온종일 많이 돌아다녔어요. 그리고 저녁에는 늘 음식으로 치유를 받는 ’마지‘라는 식당에서 무우차를 마셨어요. 마지는 사찰음식 전문점인데, 전부 채식이에요. 반찬 한 알 한 알에 정성이 가득하답니다. 이 특별한 무우차는 아침 저녁 유세를 하는 내 목이 나빠질까, 따뜻한 마음이 담긴 사장님의 다정함이었어요. 얼마나 달큰한 지, 하루의 피로가 녹아내렸죠.
마지는 내가 처음 사찰음식과 진정한 채식을 느끼고 알게된 곳이기도 해요. 이젠 채식식당도 많이 늘었고, 채식인구도 성장 추세죠. 한국채식연합에 따르면 2008년 15만 명에 불과했던 채식인구가 2022년 250만 명까지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해요.
채식인구가 증가하는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기후와 환경을 이유로 채식을 선택하는 2030이 95%가 넘는다고 해요(대학내일20대연구소 결과). 또한 영국 옥스퍼드대학교에 따르면 채식위주로 식단을 전환하면 최대 70%까지 온실가스가 감축된다고 해요. 생각보다 어마어마하죠? 육식을 줄이는건 꽤 다양한 변화를 만들어요.
지구에서 발생하는 메탄의 30~37%는 축산에서 발생하거든요. 더 많은 육식을 소비하기 위한 공장식 축산은 온실가스와 수질오염을 크게 증가시켜요. 이에 ‘채식선택권’ 보장에 대한 사회적 요구는 여러의미로 확장되고 있어요. 특히 학교나 교도소 등의 기관과 시설에서 이를 법적으로 의무화 하기 위한 활동을 녹색당은 꾸준히 해왔어요. 어때요? 좀 중요해보이기 시작했나요?
마포에는 상대적으로 많은 채식식당이 있어요. 그래도 여전히 부족하죠. 지난해 독일과 네덜란드를 방문하며 가장 부러웠던 것은 모든 식당에서 채식옵션 선택이 가능했다는 점이에요. 종교 또는 건강상의 이유나 개인의 신념과 실천, 지향을 위한 권리와 자유를 보장하는 모습이죠.
서울과 마포는 ‘채식환경 조성에 대한 조례‘가 이미 있기도 해요. 하지만 원론적 내용에 머물러 있는 것도 사실이에요. 모든 식당과 식사를 할 수 있는 곳에서 채식선택권이 보장된다면, 더 많은 사람들, 더 다양한 친구들과 따뜻한 식사를 나눌 수 있게 될거에요. 오늘 한 끼는 채식 어때요? 다음에 나를 만난다면 함께 해도 좋고요. ^^
2024년 2월 1일
여섯번째 김혜미레터 |